번거러움이 싫은 나한테는 익선동 첫방문이 별로였다. 좁고, 사람 많고, 뭔가 인위적으로 전통을 이용하는 느낌이었다. 한옥을 카페로 바꿔놓은 게 조금 작위적으로 느껴지기도 했다.
두 번째는 일부러 혼자 갔다. 목적 없이. 그냥 배고파서 들어간 작은 식당에서 두 시간을 보냈다. 나무 창문으로 골목이 보이고, 맞은편 한옥 처마 밑에서 고양이가 자고 있었다. 아무도 서두르지 않았다. 서울인데 느긋하다. 그때 익선동이 뭔지 처음 이해했다.
공간이 속도를 강제한다는 것, 거리감의 관계성 등.
익선동 골목은 두 사람이 나란히 걷기 빠듯하다. 처음엔 불편한데, 그게 속도를 늦추게 만든다. 자연스럽게 옆 사람을 앞세우거나, 잠깐 멈추게 된다. 그 멈춤 사이에 뭔가 보인다. 담벼락에 난 이끼라든지, 기와 사이로 솟아나온 잡초라든지. 창 너머로 보이는 내부의 풍경이라던지. 옆 사람들의 대화내용. 서로의 표정들과 감정이 공유된다. 넓은 거리에서는 안 보이는 것들. 이런 작은골목 상권이 다른나라에도 있었나 생각 해봤으나 떠오르지 않는다.

낮 2시에서 4시 사이
익선동에서 내가 좋아하는 시간이 있다. 오후 2시에서 4시. 점심 피크가 끝나고 저녁 피크가 오기 전. 사람이 빠지고, 햇살이 기와지붕을 비추는 각도가 딱 맞아떨어진다. 그 시간에 골목 걷다 보면, 서울 한복판에 있다는 게 잘 안 믿어진다.

자꾸 닫혀있는 문들
익선동에 몇번 더 가다 보면, 아직도 모르는 곳이 계속 생긴다. 분명히 지난번에 닫혀있던 문이 이번엔 열려있고, 안에 완전히 다른 공간이다. 그게 익선동의 매력인듯하다. 다 봤다는 느낌이 안 온다. 올때마다 뭐가 생긴다. 언젠가 이러한 좁은 골목을 다녔던 적이 있었나 기억해보게 된다. 좁아서 가까워 질수밖에 없는 사람들. 예전 어릴때 이웃집들과 가까이 지냈던 이유가 이런게 크지 않았을까 생각이 든다. 가까우니 인사하게 되고, 자주 인사하니 친근 해지게 된다. 요즘시대의 편리함.안락함이 옛날사람들에게는 없었을텐데 하며 옛 삶을 동경할 일은 거의 없었다. 익선동을 보며 예전 시대에만 있던, 지금은 없는, 그 시절만의 매력이 있었겠구나 짐작을 해본다.

